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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요약] 법이 만드는 기술, 기술이 만드는 법 (3/6)

[강의 요약] 법이 만드는 기술, 기술이 만드는 법 (3/6)

[법과 기술]은 발전하고 있는 인류의 기술이 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또 법이 인류의 기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를 심도있게 고민해보는 섹션입니다.

자 여러분이 1890년 후반에 미국에서 세차장을 차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뉴욕 증시 시장은 놀랍게도 1817년에 개장했으니 이미 주식 시장은 (여러 가지가 미비 하기는 했지만) 제도권에서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고 산업 혁명 이후 시장도 엄청나게 성장하는 매우 사업하기 좋은 시기 였습니다. (20세기 초반의 난리 (세계대전, 공황 등)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겠죠…)

새로 막 늘어나기 시작한 이 “자동차”라는 것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조그만 장소에 오시는 고객들께 자세한 옵션을 적은 가격표를 언제나 드린다고 하면 요즘은 인쇄를 하거나 프린트를 하거나 종이를 복사해서 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이 때는 인쇄소라는 것은 그 비용이 천문학적일 때이고 프린터나 복사기 같은 기계도 없고 심지어 퍼스널 컴퓨터도 나오기 거의 100년 전입니다. 폰 노이만이 컴퓨터에 대한 설계를 처음 머리속에 그릴 때가 1910년 정도이니 그것보다도 앞선 시대이군요.

이놈의 가격표 종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어떻게 했을까요?

사람이 썼습니다. 하루에 손님이 20명 오시고 한달에 약 600장이 필요하다면 사람을 고용해서 똑같은 가격표 600장을 쓰게 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런 문서 작성 혹은 복사 업무를 담당하는 팀이나 부서가 언제나 기업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190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것이 “등사기”라는 기계입니다.

등사기 등장이요!

사진에서 대략적으로 유추가 가능하지만 이 등사기라는 것은 작은 인쇄소와 같은 것입니다. 결국 몇몇 공용 모듈은 있을 지언정 자신이 이번에 찍을 문서 중 새로운 부분은 결국 인쇄할 판을 하나 만들어야 하고 비용이 어느정도는 소요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주 총회 한 번 하려고 또는 전단지 몇장 만드려고 사람을 뽑아서 부서를 운영해야 한다면 이 등사기는 구세주와 같았습니다. 1950년대까지 미국 전역에 이 등사기가 거의 50만대가 있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 이따가 이런 놈이 등장하게 됩니다. 짜짠.

Xerox 914 모델 복사기

복사기! 아니 이런 기적이! 그냥 원본 파일만 딱 놓으면 100장이고 1000장이고 쫙쫙 뽑아줍니다. 기업에서 부서 1개를 돌려서 1달동안 했던 일을 1시간에 다 끝내버립니다. 등사기는 이제 쒸레기같이 보입니다. 물론 제록스가 이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현대적인 복사기 시장에서 처음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회사는 제록스였습니다. (위 사진의 914 모델)

지금 구글 취직하기 힘들죠? 저 때 제록스가 지금의 구글이었습니다. 단순히 상업적인 성공을 떠나서 최고의 인재가 가고 싶어하는 회사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제록스 사업의 성공과는 별도로 이 복사기라는 기술을 사회의 여러 부분에 변화를 만들게 됩니다. (지금의 AI처럼 사람을 대체한다는 평가도 받았겠죠?)

(예시 도서관 사진입니다. 이 글의 멕시코 도서관은 아닙니다.)

“경영의 모험”이라는 책(저자: 존브룩스, 1969년)에 보면 제록스에 대한 분석이 있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케이스 중 2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멕시코에 있는 한 도서관에서는 예산의 90%를 복사기와 복사하는 업무에 배정했다. 즉 책을 사기 보다는 복사를 통해서 구비하겠다는 것이다.”

[2] …이제는 학술지 구독을 모두 끊는 학자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만약 모든 학자가 (이) 행동을 따른 다면, 학술지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

1900년대 중반의 이야기니 지금 들으면 황당한 추측과 불법적인 행위에 불과한 내용들이지만 복사기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대략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에 1960년대 중엽부터 미국 의회는 60년만에 처음으로 저작권법 개정을 논의하게 되고 67년 새로운 법안이 하원법사위원회를 통과하게 됩니다. 복사 기술에 대한 공정 사용 원칙을 명시하고 복제에 대한 저작권 보호를 정의함으로서 법으로서 복사라는 기술의 한계를 정하고 제한하게 됩니다. 물론 이 법이 바로 효과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이 이 법에 수긍하게 되고 법과 제도로서 새롭게 정의된 복사 기술이 더 확대됨에 따라 기업의 편의는 증대되고 새로운 기술은 우리 생활 속으로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회사에 있던 학교에 있든 또 어떤 단체에 있든 아마 복사기(혹은 복합기)라는 기계가 아예 없는 환경에 있으신 분들은 드물 듯 합니다. 이제는 놀라운 기술은 절대 아니지만 또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 되어서 우리 생활이 일부분이 되었고 편한 기술로서 완전히 자리잡았습니다.

어떻습니까? 법과 제도가 적절한 시점에 작용해서 기술에 가위를 들이댔고 잘 재단된 기술은 우리 생활속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이전 예시와 달리 기술과 법이 잘 어울린 예시라 할만합니다.

여담으로 이 법안에 대해서 제록스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복사기의 용도를 제한하는 이런 법안에 대해서, 자신의 시장을 뺐길 수도 있는 법안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놀랍게도 적극 찬성했었습니다!! 1965년 9월, 제록스의 대표 윌슨은 하원 법사 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복사기가 저작권에 특별한 면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다만 제록스는 당시 복사기 제조 뿐 아니라 미국내 최대 출판사중 2곳으로 소유하고 있는 출판 사업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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