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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무] 불법파견에 관한 판결 동향과 기업의 대응

[기업법무] 불법파견에 관한 판결 동향과 기업의 대응

기업 법무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이 최고의 법무팀을 만들까? 라는 주제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리즈입니다.

본 글은 기업 법무 중에서도 좀 더 심화된 실무 위주의 내용이며 직접적으로 기업법무에 참여하고 있지 않으신 분이 쉽게 읽는 목표로 제작된 내용은 아닙니다. 법률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본 글에 따라서만 법률적인 내용에 대한 해석을 완료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해석 시점과 사업 분야에 따라 전문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거친 후에 최종적인 법률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대기업(특히 제조업)의 경우, 핵심 기술 등 코어 인력을 가지고 있는 본사, 상품 등 생산과정의 핵심을 담당하는 계열사, 노동력 중심의 협력사 내지 하청기업의 단계적 생산, 고용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요 대기업은 이 같은 단계적인 고용구조 속에서 근로자의 임금과 처우 등을 차등화하고 직접고용에 따르는 책임(예컨대 산업재해 등)을 면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등에 기해 근로자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법파견으로 인한 사용자의 법적 책임이 날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협력사 소속 근로자와 H자동차 간 불법파견 소송을 비롯해 수많은 법적 분쟁이 줄을 잇고 있으며, 잠재적 소제기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까지 고려하면 불법파견 문제는 해당 그룹사의 지속성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됩니다.

나아가 이 같은 불법파견은 몇몇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올랐으며, 제조업 외에 서비스업에서도 중대한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간 갈등 상황 속에서 최근 택시업계는 공유차량 서비스업체가 불법파견을 통해 여객운송사업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공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서비스 업종에서의 불법파견 문제가 대두되어 왔는데, (최근 재판거래 의혹의 대상이 된) KTX 여승무원에 대한 불법파견 소송이 대표적 사례라 하겠습니다.

불법파견 문제는 어느 산업 분야에서든 기업경영을 위협하는 법적 이슈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법원의 입장과 기업의 대응방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불법파견”의 의미와 유형

불법파견이라는 용어는 노동계 및 언론보도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기업관계자조차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불법파견과 혼동되는 용어가 “위장도급”인데, 최근에는 고용부 유권해석례를 보아도 양자를 그리 엄격히 구별하고 있지 않은 듯이 보여 기업관계자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불법파견이란, 파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근로자파견행위 일체를 말합니다. 즉 “불법파견 = 파견법위반”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견법을 보면 근로자파견관계에 대한 여러 제한이 규정되어 있는데, 실무상 가장 문제되는 불법파견 유형은
1) 법상 파견기간 상한선인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파견법 제6조 제2항), 2) 근로자파견 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동법 제5조 제1항), 3) 고용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자로부터 파견근로자를 공급받은 경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상기 3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근로자파견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파견근로자를 공급받은 업체인 사용사업주(즉 본사 내지 계열사)는 그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이른바 직접고용의무)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최근 파견근로자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불법파견과 비교해야 할 개념인 위장도급은 말 그대로 “도급계약인 척하면서 도급이 아닌” 계약관계를 의미합니다. 외견상으로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처럼 보이고 통상적인 도급계약서 역시 마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급인 회사가 회사로서의 독립성을 상실하고 본사 내지 계열사의 한 부문에 불과한 경우입니다. 이 같은 위장도급을 통해 도급사는 하청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도 사실상 직접 고용한 것과 마찬가지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것이지요.

요컨대 ‘독립된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에 대하여 파견법 위반사유가 있는 경우가 불법파견’, ‘독립성이 없는 회사를 만들어 도급계약을 한 것처럼 꾸민 경우를 위장도급’ 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2. 파견과 도급의 차이점 – H 자동차 판결과 KTX 승무원 판결을 중심으로

서 본 불법파견의 대표적인 3가지 유형 중 무허가 파견근로자공급은 ‘항운노조와 하역회사 간의 갈등’, ‘대형 마트의 캐셔 파견근로’ 등에서 문제되는데, 이를 이유로 근로자가 소송에 나선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파견금지업종에 대한 불법파견은 법문 자체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라서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한 경영문제가 됩니다. 미리 법률자문을 받는다면 쉽게 파견금지업종을 잘 가려내어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송에서 첨예한 분쟁을 일으키는 불법파견 유형은 “파견기간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입니다.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가 “2년을 초과한 시점 이후부터는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는 그 시점 이후로 지급하지 않았던 정규직 근로자와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 같은 소송에서의 1차적 쟁점은, 2년 넘게 유지된 파견사업주(즉 인력공급회사)와 사용사업주 간의 법률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인지, 아니면 진성 도급관계인지 여부입니다. 원고(파견근로자)는 근로자파견관계임을 입증해야 승소할 수 있습니다. 대개 근로자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다음 지노위 및 중노위에서 진행하는 차별 시정명령 사건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이를 임금차액 지급청구 민사소송의 증거로 활용합니다.

한편 사용주가 불법파견 사실을 부정하고 파견근로관계가 아닌 도급관계임을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사건은 민사소송과 심리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근로자 측의 입증책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회사 측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불법파견 관련 노동부 진정을 제기한 경우, 회사측은 신속히 법률자문가의 자문을 받아서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합니다.

법률적 쟁점은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현재 다수의 하급심 소송건이 진행 중이지만, 여기서는 가장 대표적인 대법원 판례인 H 자동차 판례(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와 KTX 판례(대법원 2015.2.26. 선고 2011다78316 판결)를 중심으로 판단기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H 자동차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도급인이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공동 작업을 하는지
③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근무 관리(작업에 투입될 근로자 선발이나 근로자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을 수급인 회사가 아닌 도급인이 행사하는지
④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전문성, 기술성이 있는지
⑤ 수급인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 을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위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H 자동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와 본사 간의 파견 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H자동차 판결과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 업종인) KTX 승무원 판례를 선고하였는데, 상기 5가지 기준을 대부분 동일하게 적용하였으면서도 여승무원과 한국철도공사 사이에는 “위장도급은 물론 파견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대상판결은 열차팀장의 업무와 여승무원 업무가 서로 구분되어 있고, 여승무원 인사권을 위탁업체가 독자적으로 행사한 점을 근거로 하고 있지요. (다만 대상판결은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3, 소위 “10년치 손해배상청구”

최근에는 파견근로자의 대응이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는데,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을 구하는 범위를 (임금채권의 소멸시효인) 3년이 아니라 (불법행위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으로 확장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 파견법에서는 2년 초과 파견근로시 직접고용을 “의제”했기 때문에, 정규직과의 임금차액 실질이 “임금”이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파견법이 개정되면서 위 고용 “의제”가 고용 “의무”로 바뀌면서, 근로자의 대응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화하였습니다. 파견법 위반은 “고용의무”를 지키지 못한 위법한 것이므로 민사상 불법행위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임금차액 청구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의 실질을 가지므로, 소멸시효 역시 3년이 아닌 10년”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파견근로자들이 민사소송의 청구취지를 종전 3년이 아닌 10년으로 변경하고 있는 바, 이로 인해 기업은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4. 기업의 대응방향

우선 외주업체를 쓰고 있는 기업, 특히 사내도급 형태를 띠고 있는 기업은 위 2. 에서 살핀 파견과 도급의 차이점을 숙지하고 자신의 인력구조가 도급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미리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H 자동차 판결 후 소위 블록공정 내지 작업장소의 구분 정도로는 불법파견 판단을 피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으므로, 기업 인사팀 및 법무팀에서 유의해야 합니다. (제조업 사내도급에 대해 최초로 불법파견관계를 부정한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다211619 판결에 주목해야 할 것임)

10년치 손해배상청구에 관해서는, 일단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법리에 따라 “파견근로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이미 경과하였음을 주장해볼만 하지만, 근로자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에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기업이라면, 최근 모 시멘트회사가 주장한 “불법행위채권에 대한 실권효” 법리를 원용해 승소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본사 및 계열사의 정규직 근로자를 비교대상으로 삼지 말고 계약직 근로자와 동일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소송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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