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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법무팀의 경쟁력] 정글속의 재규어

[기업 법무팀의 경쟁력] 정글속의 재규어

어느 회사에서 10명이 넘는 임원들이 격론을 벌이면서 토론을 하는 세션을 본 적이 있다. 워낙 중요한 안건이기도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아 보이는 임원들이 실재로 어떻게 일하는 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예였다. 자신의 이익과 또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안건이 서로 의견이 거의 3~4그룹으로 갈리면서 100분 토론 난잡 버전을 능가하는 토론이 일어났다. (마침 대표이사도 회의자리에 없었으니 다들 똑같은 직급이라 할 만했다.)

회의 중에 한 임원이 정치적인 수를 내는 듯 했다. 그럼 다른 쪽 안을 받을 테니 그 일을 7월까지 끝내야 제품 출시에 문제가 없다는 투였다. 누가봐도 함정이었다. 그 때가 봄이었고 7월까지면 3~4개월 남짓이었는데 그 일은 최소 7~8개월은 걸려야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다른 쪽 임원이 덥썩 무는 것이 아닌가? “그래 그럼 내가 해볼께”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말을 한 임원을 보고 있었는데 (상당히 젊은 분이었다.) 또 다른 쪽 그룹의 임원이 나서서 말도 안되는 일정가지고 제품 망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계속 이런 난잡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무 결론 없이 회의가 종료되었다. 나는 그냥 평사원으로서 참 허탈했다. 이렇게 모이기 힘들 사람들이 모여서 아무 결론도 내지 못했구나. 저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이러니 다음에도 또 이러는 것 아닌가? 그래서 한 임원이랑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 때 그 임원이 침착한 어조로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맞다. 결론을 내기가 정말 힘든 회사다. 다만 그래서 잘못된 결정이 적다.”

그 순간 왜 대표가 회의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또 왜 임원들이 많고 또 각자의 이해관계란 걸 만들었는지 또 왜 비슷한 일을 두그룹에게 주었는지 등 여러 가지를 조금 알 수 있었다. 사내에 정글을 만들어 놓고 어떤 안이 그 정글을 통해서 거친 환경속에서 살아남아야만 실재 수행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법무팀은 이 지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자동차가 앞으로 가는 것은 자동차의 타이어와 지면과의 마찰력이 가장 최종 원인이지만 그 마찰력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은 수만가지 부품과 수만가지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즉 차가 앞으로 가는 것은 타이어의 마찰력이 최종 원인이지만 그 마찰력을 만들기까지는 타이어 제품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이 차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업 특히 법무팀이 있을 정도의 규모의 기업들은, 겉으로는 제품 판매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겠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사내에는 힘을 낼 수 있는 수만가지 요인이 있고 원리가 있다. 소송도 복잡도 측면에서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확실하고 그 원리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업내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는 그 플레이어들이 확확 바뀌기도 하고 또 원리는 정글의 원리와 같다. 변호사가 로펌이나 개인 사무실에서 처리하던 자문이나 소송 1건들은 그 정글의 끝자락에 있는 나무를 하나 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기업 법무팀에 들어간 이상 변호사나 법무 담당자는 정글에 뛰어 들어야 한다.

법무 담당자가 기업내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정글에서 나이프 포크만 가지고 살 수는 없다. 기업에 들어갔다면 정글의 원칙을 준수해라. 일을 할때 곁다리로만 있고 싶지 않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내편을 찾아라. 적을 만들지 마라. 속도가 생명이다. 위에 충성해라. 이런 정글 속에서 깨끗하게 독야청청하는 부서가 법무팀이 되면 안된다. 정글에서 빛을 내면 잡아 먹히기 마련이다. 온몸에 흙을 바르고 먹이를 노리는 날쌘 재규어같은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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